마하,가 먼저 떠오르는 고야.
부산의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을 환승하다보면, [옷벗은 마하]의 복사본이 걸려있다. 아주 큰 액자로.
원본을 본 적 없으니, 그 큰 액자 크기가 실물과 같은 크기라고 짐작할 뿐.
몇번 지나치다 보면, 그 마하의 묘한 표정과 자세가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끔 슬쩍 허리를 더 이쪽으로 틀어서 더 자세히 내 쪽을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다.
극장 문을 나서는데, 입을 다물고, 음...이라는 소리를 내었다.
다른 감독들이었다면 이 이야기를 10개로 나누어 10가지의 다른 세세한 영화를 만들었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실존하는 인물과 허구의 인물, 그리고 만들어낸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해서 마치 실제처럼 느끼게 만든.
나폴레옹이 혁명을 일으키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르면서 세상이 엎어지고 또 엎어졌던,
마리 앙투와네트는 사형을 당하고 기요틴도 자신의 기요틴에서 죽어갔던,
나폴레옹에 바치는 곡을 만들었다 황제가 된 그에게 실망했다는 베토벤이 살았다던,
그 시대의 스페인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고야.
그것이 고야 자신이 바로, 고야(가 살았던 시대의) 유령, 이라는 것일까.
그가 그리던 그림 가운데, 얼굴이 없는 초상화가 초반에 나온다. 누구의 초상화 였던가...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어떻든, 고야가 그리는 그 시대의 사람들, 모습들 이라는 것이 결국 시대의 유령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얼굴 없는 그림이 고야 자신이었던가? 로렌조 신부였던가? 역시 기억력이 ;;;)
궁정화가 고야의 그림 모델이자 그의 정신적 뮤즈인 알리시아는, 억울하게 이교도라는 누명을 쓰고 종교감옥에 갇힌다.
종교가 엄청난 힘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거상인 그녀의 부모는 고야를 통해 교회의
로렌조 신부를 협박하면서 까지 힘을 써보지만 결국 알리시아는 그대로 감옥에 갇힌채 세월이 흐른다.
그 사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스페인도 그 변화에 함꼐 오르게 되고 종교의 힘이 유명무실화되면서, 드디어
알리시아는 풀려나게 되지만,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정상이 아닌 상태이나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고야를 찾게 된다. 그녀를 돌보고 그녀의 말을 좇아 감옥에서 출산했다는 아이를 찾기 시작하는 고야. 예전에 그녀의
석방을 위해 접촉했던 로렌조 신부가 당시 파계되어 도망자가 되었으나 프랑스에서 혁명의 기운을 등에 엎고
다시 스페인의 유력자가 되어 들어온 것을 알고, 그를 찾는다. ...(라고 쓰고나니 줄거리 쓰는 일도 귀찮구나..)
☞ 자세한 내용 참고는 네이버 영화 검색 -_-;;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1482
어떻든, 시대의 변혁 속에 청력을 잃은 채, 두 눈으로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것을 그려나가는 고야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무력함에 조금 피곤해졌다.
화면은 마치, 그 시대의 그림들처럼 멋지다. 스틸컷 하나도 섬세하게 그려낸 듯한 분위기로. 그런데, 이 허전함은 뭔지...
나타리 포트만은 예의 그 예쁘장한 얼굴과 뾰족한 이빨로 질겅질겅 캐릭터를 씹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 머리 속에는
레옹의 그 모습이 자꾸 겹쳐보였다. 레옹에서 클로저로 갔을 때 조금 비슷한 캐릭터가 같은 방식으로 성장군, 싶더니만,
전혀 다른 장르여도 자꾸 레옹에서의 그 표정과 느낌이 보여서, 뭔가 늘 아쉽다. 역시나, 첫 작품이 너무 강렬하면,
성장에 방해가?
하비에르 바르뎀을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본 뒤, 왠지 그의 영화라면 신뢰가 갈 것 같다, 는 느낌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저 강한 얼굴과 몸에서 나오는 저 부드러움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강약을 조절하지만 힘은 그대로인,
그러나 절대 과하지 않은 느낌. 신을 받을고 신의 말이라면 무엇이라도 행할 듯 했던 신부가, 폭력적인 고문과 본능적인
욕망 앞에서는 인간 그대로 였으나, 또 새로운 사상과 앞날에 대한 것을 맛보고는 급변하는 혁명가로 변신하여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결국 처형당하는 인물. 이성 - 본능 - 이성을 넘나드는 모습에 또 다른 그의 연기가 보고싶어질 정도.
어린시절, 1988년. 그러니까 아마데우스가 개봉한 뒤 4년이나 지난 때에, 비디오 테잎으로 그 영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게 밀로스 포먼이었다. 그래서, 2006년에 만들어졌지만 이제야 개봉한 이 영화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으나, 고야의 유령? 뭐지? 밀로스 포먼? 이라는 말에, 응, 본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그런데 역시 시대극은
한번 보아서는 잘 모르겠다. 두어번 더 보고, 다시 그 시대에 대한 내용들도 더듬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장대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한 건가? 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야기 흐름에 비해서 너무 장면들이
툭툭 잘려나간 느낌이 좀 든달까.
어떻든. 간만의 시대극.
왠지, 나 스스로 확실한 포인트를 영화 보면서 못 짚어낸 느낌이라, 몇 번 더 보고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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