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을 본 것은 1995년이었다.
1994년 영화가 개봉했다고 하나, 당시 개봉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나는, 1995년 비디오로 봤다.
이 영화를 볼 때, 무척 추웠던 기억이 난다. 한겨울이었던 것 같고.
추위에 떨면서, 여긴 왜 이렇게 추운거야, 라며 와들와들 떨면서도, 화면 속으로 들어갈 듯이
뚫어질 듯 봤던 것 같다.
당시 돈없는 학생이었던 나는, 집에 TV도 비디오 플레이어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영화를 함께
볼 만한 자취하는 친구도 없었다. 친구집에 놀러가서 뭔가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편이었던 나는,
그저 홀로, 학교 근처에서 가장 값싼 비디오방을 찾아가서, 혼자서 볼 테니, 이것 좀 틀어줘요, 라며
제일 바깥쪽에 있어서, 커플들이 꺼려하는 방에 배정되어(?) 이것을 봤다. 허술한 비디오 방이어서,
무척이나 추웠다. 코트를 코 위까지 덮어쓰고, 그렇게 봤다.
잘 알지 못하는 내용들. 그저 장국영과 양조위가, 그리고 왕가위라는 사실 만으로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은 몽롱했고, 영화가 끝나고 하숙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어나오자 더 추웠다.
생각을 정지시키고 다시 영화 내용을 되돌려 봐도, 모호했다. 무슨 내용인 걸까. 이 영화는.
왠지 트윈픽스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혀 다른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 강렬한 이미지, 정적이지만 멈춰있지않고 굵은 물줄기가 유성流星처럼 흐르던 그 이미지 만은
머리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마치 씨클로Cyclo에서 주황색의 금붕어와 페인트의 파란색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때에, 이 영화의 O.S.T를 샀다. 테잎으로. 아마, 지금도 어디엔가 있을텐데,
최근 10년간 꺼내어 들은 기억이 없다. 테잎이어서. 아마도. 그냥 그런 허술한 이유로.
이 영화 DVD 발매도 안되었다. 올해처럼, 아비정전이 재개봉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도, 이 영화는
제대로 된 DVD 한장 없다. 프랑스판, 홍콩판, 미국판 그리고 일본판이 있다고 들었지만, 구입을
하기엔 한참 고가다. 그 가격을 주고 사야하나 망설이고만 있는 게, 몇년이다. 살까?
미치도록 동사서독이 보고싶으나, 볼 수가 없다. 사지 않아서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하겠으나, 살 수 없어 볼 수 없으니, 왠지 더 간절하다. 마치 두 집안이 원수가 되어 절대 사랑을 허락
받지 못하는 남녀 가운데 하나가 된 기분으로, 강렬하고 명백하게 원하고 있으나, 볼 수가 없으니,
아주 미칠 노릇이다.
그래서, 그 음악만. 이렇게.
序幕_天地孤影任我行
東邪西毒
1994
追憶
東邪西毒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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