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살아있었다.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시절의 모습으로.
내가 아직 덜 늙은 느낌을 가지고 사는 동안에,
아비정전으로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때에 나는 미성년자였고, 단골 비디오 가게에서나 겨우 빌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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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고,
그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 즈음, 2000년 초에 다시 보았다.
그 때, 같이 살던 녀석들이 퇴근 하기 전에 몰래 빌려서 혼자 보면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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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장만옥이 다시 보였다. 여자들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내게도 장만옥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화양연화나 2046에서의 그 모습도 아니었고.
젊어서 볼이 터질듯 아름다웠다. 내 여자 보는 눈은,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순간, 반사적으로 두손을 부여잡고 가슴께로 기도하듯 붙여 올리며,
이런 너무 매력적이잖아, 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아름다워서 나를 설레게 했던 것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던 삼십대 이상의 남자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어서, 여전히 설레게 하는 대부분의 얼굴들은,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1과 함께, 뜬금없지만 폴뉴먼.



18년 전의 아비는 동경이었다. 사춘기에 푹 빠져있는 시기에 대부분이 그러했듯.
사회에 구속됨 없이 흘러가는 공기 같은 이미지에. 게다가 그는 정말 예쁜 눈과 이마를
가진 아비였지 않는가.

8년전의 아비는, 그냥 쓸쓸했다. 기차에서의 개죽음이라는 것이. 계속 전화 박스를 붙잡고
피흘리며 죽어가는 영웅본색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아비만큼 나도 쓸쓸해서, 젠장 얼른 울고
친구들 귀가전에 비디오 테잎이나 반납해야지, 했다. 지독하게 골 때리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아비는, 세상에 없어서,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긴장이 되었다. 좀 많이 긴장했다.
혹시나, 그다! 라는 외침을 입밖으로 낼까봐 상당히 신경쓰면서, 혹시나, 울면 이거 민망한걸,
이라는 생각을 되뇌면서.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낮은 천장의 방에서 깔끔하게 손톱을 다듬는 양조위가 나왔을 때야,
내 입가가 올라갔다. 양조위다! 늘 그렇듯 소리 없는 웃음이 입가를 둥둥 떠다녀서 제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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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했다. 그리도 쓸쓸하던 아비의 죽기전 1년간을 보고 나오는데 기분이 좋았다.
아마, 정말 아비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또 영화 속 인물과 실제의 그를 착각하고
말았다.


동사서독과 영웅본색이 보고싶어졌다.



  1. 더모트 멀로니, 존 큐잭, 조니 뎁, 크리스탄 슬레이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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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zhe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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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阿飛正傳 ; 외로움

    Tracked from in the purple ; 2008/05/02 14:43  삭제

    일단 잠들면 마치 시체처럼 그 자세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아침까지 자는 편이어서, 잠 들때 굉장히 자세를 잘 잡아줘야한다. 한번은 자다가 숨이 너무 막히는데, 그것이 목 울대 쪽이 턱턱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서 괴로워하다 깼더니, 내가 두손을 가슴께에 가지런히 모으고, 깍찌까지 얌전하게 껴서 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쇄골 아랫 부분을 내 깍지낀 손으로 열심히 누르고 있는 형상이었다. 이런. 이러니 가슴이 답답하지. 잠에 빠져 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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