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블록 버스터만 아니라면 사전 지식이 없이 초관람을 한 뒤에,
궁금하지만 영화 속에서 다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나 문화적 배경 같은 것들만 재확인하고 나서
두세번 정도 더 봐야, 그나마 조금은 제대로 그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첫번째 시사회가 좋은 점은, 저 모든 것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아직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영화라면 더더욱.


어린 시절 수많은 공주들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닥 나의 주의는 끌지 못했다. 대부분의 공주들은 그저 멍청하게 속아넘어가고,
쓰러지거나 잠들고, 누군가 구해줘야만 되살아나서 행복해지고...그런, 암울한 - 어찌 보면 한방 크게 노리는 - 인생이
대부분이어서 스펙터클하지도 신비롭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어공주만은 좀 달랐달까. 마녀에게 혀를 잘라줘버리고 다리를 얻고, 사람을 구하고 마지막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바다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늘, 마지막 물거품이 되는 장면에서는 짭짤한 바다 냄새가 코를 쏘는 듯한 기분에 꿈쩍꿈쩍
움찔거려야했다. 짝사랑하는 캐릭터라는 게 흠이긴 하지만, 행동파였고 열성적이었으며 게다가 자신이 어떻게 될지 결말까지
아는, 묘한 공주였다.


그렇다. 이 영화 속의 알리사도. 스스로 입을 닫았다. 마치 양철북의 오스카가 스스로 성장을 멈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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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면 알리사는 말문을 연다. 그리고 웃기도 하고 울게도 된다. 그녀의 우는 모습은 한번도 스크린에 비춰지지않지만,
너무 처절하고 가슴 아파서, 나도 같이 울까, 잠시 생각했다. 커다란 홍보용 탈을 뒤집어쓰고 비를 흠뻑 맞으며소리내어
우는 그녀가 정말 아름다웠다. 때로 여자들이 뭔가 울고나면, 그 여자 예쁘군,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갑자기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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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엄청난 부자이지만 술만 마시면 자기를 잃고 미친듯이 거리를 헤맨다. 질주하는 도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고,
죽으려는 사람처럼 다리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린다. 마치, 채플린의 시티라이트에서 술만 취하면 인사불성되던 그 백만장자처럼.
그리고는, 술에서 깨어서는 그녀를 기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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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영화가,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했다면, 결말은 정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지 못하고 결국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늘 이 거대한 도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인것이고. 그녀의 말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미쉘 공드리와 장 피에르 주네, 그리고 영화 l'appartment가 생각이 났다.
필터를 끼운 듯한 색감과 꿈과 현실, 그리고 상상의 모호함에서 오는 느낌이 그러했고,
갑자기 삶 속에 끼어든 그녀를 어느날 인지하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가는 남자가 그러했다.
그러고보니, 왠지 프랑스 영화 같은 냄새가 훅 끼쳤다. (러시아라는데...)



씨네큐브가 광화문에 이어 이대에서도 개관한다고 한다.
뭔가, 이대 앞이라니, 왠지 안어울리는 느낌이지만, 명동 CQN과 필름포럼, 같은 극장들 다 문닫고 있는데
새로운 관이 추가된다니 다행이랄까.
이 영화는 개관(예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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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zhe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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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인어공주 (Русалка, 2007)

    Tracked from Different Tastes™ Ltd. 2008/05/12 23:55  삭제

    ★★★☆☆ 오랜만에 시사회로 영화 한 편 봤습니다. 관객 모니터링 시사회라서 영화 끝나고 설문지도 작성하고 그랬습니다. 5월 중에 개관 예정인 씨네큐브 이화(이대)의 개관 기념 개봉작이라더군요. 극장 관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작은영화 전용관으로 가장 성공적인 입지를 다져온 씨네큐브의 상영관 확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첫 일본영화 전용관을 표방했던 CQN명동이 폐관하기도 했었잖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씨네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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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어지 2008/05/12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이 영화 시사회에 계셨었군요. 반가운 마음과 함께 트랙백 보냅니다. ^^

    • jezhebel 2008/05/13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뭔가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는 영화였죠?
      주인공 여자의 코믹한 표정이랄까...파래같은 초록색 머리랄까..ㅎㅎ
      개봉하면 다시 한 번 더 보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