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애매했다. 헤어지기엔 아쉽고, 식사 시간도 아니고, 이미 뭔가 많이 먹어서 배는 부르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사실, 적당한 게 없다. 영화가. 이번 달엔. 차라리 재개봉한 아비정전이 제일 나을 것 같았으니.
게다가, 전혀 영화 취향이 다른 세사람이 함께 볼 영화를 고른다는 것은 정말 쉽지않다. 최근 몇년 간, 혼자 혹은
많아야 두명이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이럴 때는 난감하다. 내가 좋아하는 쪽을 보자고 했다간, 그닥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에 묵묵부답으로 아무것이나 봐도 좋다, 라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상영시간이 가장 적절한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서 [taken]. T_T

taken



전직 정보부 특수요원인 수퍼 대디는 프랑스로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 여행을 간 것으로 알고 있는 딸(사실은, U2의
유럽투어를 몰래 따라다니는 일정. 여기서부터 he got taken -_-;)이 알바니아계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는 꼭 너를 데리러 갈게, 라는 신념으로 엄청난 액션과 불도저 10000대 분량의 파워로 나쁜 놈들을 싹스리 밀어버리고,
결국 딸을 구한다. 저런. 그렇다. 이것이 전부.

왠지, 액션 영화이지만 시원하지가 않다.
전기고문을 하면서 날리는 시니컬한 농담도 너무 진지해서 웃을 수가 없었고,
노구를 이끌고 (뤽 베송의) 택시級으로 달리는 차를 따라 시장터지게 뛰는 장면도 몰입이 안되었다.
거의 쉴 틈을 주지 않고 헤대는 총질이나 주먹날림도 긴박감과 대리만족보다는 마치 FPS 게임의 설정된 기계 효과음처럼 들렸고,
딸을 재회하여 부정의 뜨거움을 맛봐야하는 장면에서도 그저, 마지막에 공주를 구출했대, 라는 식의 밋밋함 밖에 느껴지지않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현재 개봉작 예매 및 관람율 1위라는 [TAKEN]은.

이런 액션 영화의 도입부는 화려해야한다. 뭔가 새로운 액션이나 느낌을 초반에 팍팍 넣어서 관객의 눈과 마음을
화륵 빼았아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않더라도 보는데 무리없을 정도가 되려면, 전설의  [다이하드] 쯤 되어야하지않나!)
도입부부터 지루했다. 나는 졸았다. 10분정도 졸다가 깨어서 영화를 봐도 아무런 무리가 없더라. 물론, 그러니 액션이겠지만..
(액션을 호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지루한 도입부는....아...)


자기 멋대로 웃다가 울다가 애교부리다가 토라졌다가 하는 딸내미. 17살로 세팅되어나오기엔 너무 귀염성이 없었다.
성장발육속도가 동양인과 남다른 서양인이므로 이미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외모와 신체를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원래 성안의 공주도 아니었고, 재벌급 새아버지를 만나 급 부유하게된 그녀의 성숙한 외모에 순진한 표정과 행동은 어울리지
않았다. (약간, 젊은 시절의 줄리아 로버츠를 닮기도 하긴 했더라. 드라나 로스트에 나왔다던데, 나는 그 드라마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납치된 것은 그녀 혼자가 아닌, 그녀와 또 한명의 친구.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그녀의 친구는 [물리적으로 처녀]인 상태가 아니어서 인신매매집단에 그대로 남아 마약과 감금으로
그대로 손쓸 도리도 없이 죽어버린 반면, [물리적으로 처녀]인 수퍼 대디의 딸은, 출중한 외모의 [처녀]이기 때문에 높은 값으로
또 다른 부유한 아랍계 재벌에게 팔려간다. (무려 50만달러이던걸) 훗, 액션 영화에서 살아남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도
참으로 가지가지구나 싶었다. 뭐, 친구는 그냥 죽지만 수퍼대디의 딸은 다른 곳으로 보내어져 다행히 구출되는 시간을
벌게 된다,라는 줄거리에 껴맞출 수 있는 아이디어가 딱 거기서 멈춰버린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썼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의 교훈, 수퍼대디에게 뻥치고 엉뚱한 데 놀러가지 마라.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되도록 예뻐지고 (물리적으로) 순결을
열심히 지켜라, 라는 것. =_=;;
어차피, 액션 영화라면, 현실에서 직접 할 수 없는 액션을 보며 대리만족으로 보고 즐기고 느끼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액션에 몰입이 안되니딴 생각이 자꾸 나는 거다. 액션에 몰입이라도 하게 해주면, 그냥 즐기겠구만..
반전이 있어야 영화다, 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제발 조금이라도 예측하지 못한 놀람을 느끼게 해달라, 라는
나의 바람을 러닝타임 내내 무참히 깨뜨려버려서, 이렇게 지루하고 심심할 수가...
왠지 어울리지 않는 탱크로봇의 옷을 입고 있는 리암니슨 같아 보인건, 나뿐이었으려나.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또 깨닫게 된다. 아, Bourn 시리즈와 다이하드가 얼마나 잘 된 액션 영화인가...라는 것을.


I was ta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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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zhe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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