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有 : 다 읽고 괜히 스포일러 있니마니...라며 욕하지마시압!
영화 개봉했기에 스포일러 상관않고 두번째 리뷰 씀.
영화 개봉했기에 스포일러 상관않고 두번째 리뷰 씀.
# 1
자, 현실에서는 누가 강상병이 되어 줄 것인가, 나인가 혹은 너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차라리,
마지막에 'GP문을 열던 병사'가 되겠다, 라고 말하겠다. 마지막까지 살아볼 거라고 아득바득거린 유약한 모습이
차라리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다.(그리고 마지막까지 잠시 살아남았으므로)
죽음 앞에서는 나라고 명예고 다 필요없어지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 아니던가.
두번 말할 필요없이 천호진씨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그간의 유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조현재씨의 연기도 나쁘진않았지만,
머리 속을 내내 떠나지 않는 것은, 약간 처진 눈을 했지만 살기를 번득였던 강상병 이영훈씨였다.
만약 강상병이 살아나서 그에게, 누가 누구를 죽였느냐, 고 묻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슬픈(혹은 부질없는) 일인가.
모두를 살리기 위하여, 라고 그는 과연 답을 할 수 있을까. 두 번째에도 그럴 수 있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강상병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 2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그것]은,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우리 모두일 것이다.
뭔가 나사 풀린 듯하게 만들어 버려서, 꼭 설정이 저러해야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한 [그것]이지만,
돌려 생각해보건데, 왠지 나에게도 [그것]이 있을 것 같다. 나의 [그것]으로 인해서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있을 수도. 혹은 무의식 중에 지금도 그러할 수도.
굉장히 많은 씬을 찍었다가 어쩔수 없이 다 덜어내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담아낸 듯한 영화였다.
그래서, 무게감이 컸고, 덜어낸 부분이 뭘까 궁금했고(실제 그러한 건지는 알수 없으나), [그것]이 뜻하는 바를
더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했다. 분명 일차적인 의미의 [그것]만은 아닐테니.
공수창 감독의 전작 [알포인트] 이후의 영화인데다, 전쟁(혹은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소대원이 전부 사라진다,
(알포인트에서는 한명 남긴 했었지만)는 유사점 때문에 더 기대를 한 탓인가...영화가 끝난 뒤, 애매한 아쉬움은
며칠지 지나도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말하려하는 바]는 알겠으나, 보여준 것이 그것에 부합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군대적) 신파였다. 피가 튀고 뇌가 터지고 손톱이 빠지는 등의 섬세하게 제작된 디테일들이 왠지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GP 밖에서 죽었던 한 병사 시체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플래닛테러를 연상하게 해버려서
(물론, 일부러 비슷하게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그런 씬이었겠지만..좀비영화냐?응?)
자꾸 헛웃음이 돌았다. 영화는 심각한데, 보는 인간은 심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달까.
# 3
계속되는 플래쉬백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유중위가 가짜였다는 것을 슬쩍 흘려줘버리는 쪽이, 상상력 풍부한
관객에 대한 배려였을 듯. 아쉽게도 현재의 유중위든 과거의 유중위든, 애매한 성격 탓에 캐릭터의 느낌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옅어져갔으니, 배우의 연기탓을 해야할 지...시나리오나 편집탓을 해야할지...(응? 그럼 총체적으로 감독탓이냐?)
가장 인상깊었던 우리의 강상병은, 왜 육군이면서 해병대 병사와 비슷한 머리를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인터뷰에서는 그것이 '꼴통'이라는 캐릭터를 살리려한 의도였다지만, 그닥 효과는 없었던 거 아닌가싶다)
엉뚱하게 총탄을 발사해버린다거나(혹시 그의 이런 실수가 1회가 아니었기 때문인건가?), 서로서로 총을 들고 대치한
상황에서 겁없이 알몸으로 나서는 것만으로는 꼴통스럽다고 하기엔 역시 무리가 있었다.
(실제 군대에서는 어떤 인물들을 꼴통이라고 부르는 걸까?)
게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가지고 나타난 케익은 뭔지...원래 누군가의 생일이어서 미리 케익을 주문이라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군대에서도 가능한 걸까? 아니면, 제대를 앞둔 병장을 위해 미리 케익이 지급(?)되기라도 한걸까?
이렇듯 지나치게 신경쓴 소품 때문에, 자꾸 방해를 받았다. 아마도...처음에 찾을 수 없었던 군번줄을 '살인 현장의
뜬금없는 케익 속'에서 발견하게 만들어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의도에 의한 것이었겠지만...역시나 어색했달까.
(군대 갔다온 친구들 붙잡고 좀 물어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여러가지 디테일이 무경험자에겐 꽤나 신경쓰인다.)
'곧 죽을 운명'이 되어버렸다, 라는 것에 대한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서로 죽고 죽이게 되어버렸다, 라는 것은 납득가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강상병이 들고 나타나 촬영한 셀프 카메라는 영화 '링'을 떠올리게 했다. 차라리, 캠코더의 작은 액정
속에서 강상병이 휘돌려자른 머리를 들이밀면서 '다 죽이겠다'라고 기어나오는 쪽이 덜 우스웠을지도.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해결해야한다, 라는 한정된 시간은, 최전방의 GP라는 폐쇄된 공간을 돕지는 못하고, 결국 새벽 6시
전에 아무것도 해결되지않을 것임을 직접적으로 암시해버려, 역시 그런 결말인건가, 라는 허탈한 생각만 들게 했다.
마지막의 세면장에서 모두 죽도록 슬로우 모션이 섞인채로 총을 쏘는 신파극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니까...꼭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언제든, 최초의 소대원들이 왜 죽었나, 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에 모두 죽으면 되는, 것이었달까.
[알포인트]에서 느꼈던 포슬포슬한 살아있는 감각들이, [말하려는 바]를 위한 지나친 무거운 극의 진행으로 다 사라져버려
참으로 안타까웠다. 무겁고 농도짙은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과유불급, 이라는 말이 얼마나 옳은 것인지 깨닫게 해준,
아쉬운 영화 [GP 506]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적(?) 화면들과 제대로 보여주는 피튀기는 장면들에 나는 빨려들 수
밖에 없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이미, CSI시리즈를 너무 많이 봐온 탓에,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었나, 라는
씁쓸함도 함께 있었달까. 우리나라 군대는 늘 미스테리한 곳이라고 하지만.
# 4
* [그것]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그것]이 '바이러스'라는 설정이 이 영화 최고의 클라이막스다.
반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희극적 요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정말 초급성 '바이러스'에 걸려서 죽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건 뭐...영화 아웃브레이크도 아니고....
차라리, 영화 레드 플래닛에서 '화성에 내렸는데 산소공급해서 유지하는 유리로 된 헬멧이 망가져, (이미 산소가 생성되어
인간이 숨쉴 수 있는 대기가 형성되어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죽을까봐 숨을 안 쉬어 호흡곤란으로 죽는 우주비행사'
쪽이 덜 우습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반세기 이상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버려져있는 비무장지대'가 배경이라는 점과 GP이탈을 해서는 안되는 GP장이 수색을
나간 미스테리 등으로 영화 전체를 버무려버려야 하나. 그렇다면, GP장이 외부 수색 나갔던 이유가 무엇인지, 영화 속에서
알려준 것들만 가지고 관객이 추측해서 시나리오를 짜맞춰야하는 걸까?
눈먼 병사만 마지막에 살아남았던 [알포인트]가 차라리 설득력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을 통해서 군인들의 몸으로
들어가던 魂의 이동을 막기 위한 장치로는 아주 훌륭했지만, 급속하게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다같이 죽어버리자, 라는 설정은 뭔가 빠져버린 고리들로 허전함이 더해진다.
이런 기분들 때문에, 이 영화가 리뷰쓰기 험악했다. 영화가 애매하다. 잘된 영화라고 하기엔 허술하고 지나치게 넘치는
내용들 때문에 산만하고, 좋지않다고 하기엔 러닝타임 120분 내내 은근 눈과 귀를 붙잡아두는 편이지만, 쓸데없는 잡생각이
나게 만들었다. 게다가 하드고어적인 화면들 때문에, 나쁘진 않지만 볼만해, 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주변 추천하기엔
애매한....모든 것이 애매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동시에, 리뷰를 몇번에 걸쳐서 쓰게 만들 정도라면, 영화가 중간
이상은 되는 것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도. :-)
이렇게 애매하고 찜찜한 기분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다음 영화가 왠지 기다려지는 건,
왠지 다음번엔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산뜻한 기분으로 제대로 된 스릴러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느낌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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