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음

  
Supplication - Sami Yusu
the Kite Runner o.s.t.
2007



the kite runner


수십개의 연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연이 하늘을 나는 동안은,
그 연은 살아있었고, 그 연을 움직이는 아이들은 자유로웠다.

연은 꿈이고 목표고 성취해야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잠시 연줄이 끊겨서 어디론가로 날아가버리거나 바닥에
떨어져버리더라도, 새로운 연을 구할 수도 있고, 연을 주워
다시 날릴 수도 있다.

황토와 사막모래의 중간쯤 되는 색깔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옥상에는 연을 띄운 사람들이 있었다.

13개의 연을 끊고 동네 최고가 되었지만,
넘어서보고 싶었던 14개의 연에는 도전하지 못하는 듯했다.
연줄을 잡고 있던 아미르는, 마지막 열네번째 연이었던 핫산을
그렇게놓아버렸다.

핫산은 줄 끊어진 연처럼 떠나버렸지만, 늘 연이 떨어질 곳을
[그냥 아는] 그였던 것처럼, [아미르]에게 [연을 주워가야할 곳]을 일러주었다.
아미르는, 열네번째 연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 열네번째 연은,
이제 새로운 연을 날리려 한다.

연싸움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두 번 눈물을 흘렸다. 아미르의 아버지가 잠들기 전에, 고향땅의 흙을 넣어온 캡슐에 입맞춤을 할 때와
아미르가 소랍을 찾아 다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소랍이 계단에 앉아있던 순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난다. 자신이 원했든 혹은 원하지않았든 간에, 떠나온 사람은, 떠나온 곳을,
언제든 그리워한다. 행복했던 장소였든 아니었든 간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그곳이 아니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가끔 무겁다. 고향의 흙을 입에 머금고 눈을 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I turn to You
My heart full of shame,
My eyes full of tears.


부끄러움으로 가득찬 마음과 눈물로 가득한 눈으로, 당신에게 돌아간다, 는 가사가 나왔을 때, 나는 그 어떤 종교도 가진적
없었음에도, 마음이 아려왔다. 돌아갈 곳이, 어쩌면 나에게도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수치심에 몸둘바 몰라했고,
눈물이 났다.
언젠가,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가지고 들어서자마자, 방향을 정하여 작은 양탄자를 바닥에 깔고 신께 기도하던
무슬림이 생각났다. 늘 감사할 대상을 섬기는 것이, 어쩌면 참으로 대단한 일지도 모르겠다.



확대



[연을 쫓는 아이]의 원작이 주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영화가 얼마나 충실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그 내용을 담았을 지 짐작이 되었다.
가진자와 가지지 않은자 사이의 우정은 오히려 가지지 않은자와 가진자로 뒤바뀌어있는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요즘 영화를 보면서, 그 어떤 영화든 계속 (성경의)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인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을 떠올리게 된다.
양치기 동생 아벨을 죽인 농부 카인은 신에게서 죄인이라는 낙인을 받게 되고 [낙인이 찍힌 자를 절대 죽이지 마라]는
신의 말씀에 자손대대로 번성하여 살아남게 된다. 그리하여 지금 온 나라에 퍼져 살고 있는 이들은 결국, 선한 아벨의
자손이 아니라 악한 카인의 후예라는 것이다. 나는 성경을 잘 알지 못하지만, 저 내용에 이끌려 몇절 안되는 짧은 구절을
반복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은, 우리는 악(죄인)의 자손이라고. 그렇다면, 그렇게 일부러 죄를 떨치려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어차피 모두 죄인의 자손이라면.

[아이의 몸을 가졌으나 깊은 청년의 마음을 가진] 핫산 대신에 아미르가 살아남았다. 소극적이고 소심하지만 조용한
성격의 그는 악하지는 않았으나 선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는 카인이 되었고, 핫산은 아벨이 되었다. 다른 점이라면,
왠지 앞으로 카인의 아들이 아닌 아벨의 아들이 살아남을 것 같다는 기분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에덴의 동쪽] 에서
처럼,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 형제의 자식을 키우는 남자를 또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묘한 우연인건지.


사실, 영화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아미르와 핫산의 형제같은 우정을 보여주었고, 유년시절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
나열되었고, 아랍권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그것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었고,
부모와 자식의 사랑, 남자와 여자의 사랑, 그리고 혈육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고, 전쟁과 폭력의 참혹한 실상도 
무겁지 않게 배치해두었다.

결국은 누구나 원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해피 엔딩이라는 것은, 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언해피엔딩
보다는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그러나 뒷맛이 씁쓸하다. 남겨진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해피 엔딩을 원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살아남는 건 아벨의 자손이 아니라 카인의 자손이어야했다.


I turn to You
My heart full of shame,
My eyes full of 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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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PF 2008 블로그 프리미어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영화는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늘 이 영화를 추천해야할까 말까 생각해봅니다.
가끔, 볼 만한 영화 없어?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그다지 없습니다.  
그래서 막상 좋았던 영화를 추천하려고 해도, 영화 관람의 취향이 지나치게 다른 탓에, 욕(?)을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 자체로 뭐든 일단 보는 것이 좋다, 그게 대한 평가나 감상은 나중에,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면,
그저 영화상영 2시간보다는 영화를 매개로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다, 라는 것이 더 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가끔 정말 뭘 추천해주면 될까, 헷갈리기 때문이지요. 취향의 차이로.)
영화의 비중에 자신의 삶 속에서 어느정도 비중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다른 것이 겠지요.

아미르와 핫산의 이야기, 연을 쫓는 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우정은 아름다웠노라, 라든가 유년 시절의 추억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구나, 라는 식의 영화는 아닙니다.(원작에 아주 충실 하다고 하는데,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아프카니스탄을 위시한 서남아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나옵니다. 과거의 부유했던 아미르집안이
나오는 반면, 탈레반도 나오고, 즉시처형같은 끔찍한 장면도 나옵니다. 현재의 미국에서의 아미르도 잠시 나오며,
미래를 상징하는 마지막 장면도 있습니다.

슬쩍슬쩍 여러 감정들을 훑고 지나갑니다. 기쁨, 감동, 탄식, 놀람, 슬픔, 기대...건드릴 수 있는 감정선은 대체로 다
지나갑니다만, 그것을 휘저어놓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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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린 2008/03/05 1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뎌 보셨군요.
    책 마지막 부분엔 핫산의 아들 소랍이 자살을 시도해요. 영화에서도 그러려나.
    그리곤, 응급실로 달려가서 아미르가 알라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해요.
    그 섬세한 표현들 때문에, 책 보다가 막 울고. ㅠ.ㅠ
    (헉;; 책에 대한 스포인감요? 크크;)

    영화도 꼭 보고 싶어요.
    책도 읽어 보세요. 영화 하고는 쪼금 다를 것 같기도 하고요..

    • jezhebel 2008/03/06 0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책은 역시 더 섬세하겠군요, 내용이.
      영화에서는 그냥 희망적인 스타일로 끝납니다. 소랍과 아미르가 연을 날리는 장면에서요.
      그렇잖아도, 아프간에서 구출(?)된 소랍이 절대 멀쩡하게 미국 생활을 시작할 순
      없을텐데, 뭔가 심리치료라도 하는 장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찰나,
      그냥 긍정적으로 끝나더군요. ㅎㅎ
      (ㅋㅎㅎ 책스포 맞으셔요.)

      느낌이 책보다 영화가 덜 감정적인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화면을 직접 보게 되다보니, 스스로 필터링이 가능해서 그럴까요?
      (제가 그런 자가필터링으로 감정 걸러내기가 좀 심한 영화보기를 하는 터라..)

      영화, 나쁘지 않고 좋았어요. 러닝타임 127분이었음에도, 캐릭터의 심리들을 좇다보니,
      끝나있었달까요. 최근 건조한 스타일의 영화만 보다보니, 감정을 좀 흔들어주는 영화도 좋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