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성 문장이 있으며, 영화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이 훨씬 많음)


3:10 to Yuma





























극장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옆좌석에 올려둔 무릎까지 오는 코트를, 왠지 심하게 펄럭이며 어깨에 걸쳐야할 것 같았다.
마치 카우보이들이 재빠르게 쌍권총을 뽑아 들어 양쪽의 적을 쏜 다음, 총을 휘돌리며 총집에 넣는 과장된 행동처럼.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지르며, 오른손 엄지를 세워 최고, 라고 말하려는 찰나, 극장의 조명이 파파팟! 하고 켜져버려,
멋적은 나머지 소심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코트를 집어들어 입으면서 말했다.
[아니, 이런 재밌는 영화를 왜 안보는거야, 사람들은..]
극장 안에는15명이 넘지 않을 것 같은 인원으로, 둘씩 둘씩 온 사람들이 몇 조각씩 있었다.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 르웰린 모스는, 2백만 달러에 목숨을 걸고 킬러 앤톤 쉬거를 피해 도망다닌다.
3:10 to Yuma에서 댄 에반스는, 2백 달러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죄수 벤 웨이드를 호송하려한다.
2백 달러와 2백만 달러 사이. 혹시 그건 그들의 목숨값이었던가.

내 목숨값을 잠시 계산해봤다.
지금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 내가 이미 만들어놓은 것에 대한 가치들이 마치, aura처럼 내 머리 뒤에
흐느적거리며 보일듯 말듯 하는 그것이 아닐까. 얼마나 되려나?



확대



참으로 뻔한 실수(남자들만 득시글 거릴 때 여자가 나오면 벌어질 상황은 뻔하지 않는가. 여자 때문에 잡히던가 죽던가.
그러나, 상황은 그러했을지라도 그 여자는 뻔하지 않았다)로 잡힌 벤 웨이드는, 22건의 강도 혐의로 컨텐션을 거쳐
유마로 가는 3시 10분발 기차에 태워져야한다. 연방보안관과 동네보안관, 그리고  의사인 듯 보이는 수의사(로 나는
생각한다. 맞는건가?), 돈되는 쪽에는 어디든 붙는 남자, 왕년에 서부총질과 전투를 좀 했다는 노인(그는 벤의 22번째
강도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벤 웨이드와 한글로 글자 맞추기라도 한듯 한 이름의 댄 에반스는 그를 아리조나
사막을 가로질러 어떻게든 그를 죄수호송열차에 태우려한다.


지나치게 순순히 잡혀 유마행 기차를 탈 것 같아보이는 벤과 목숨까지 걸면서 (많은 서부영화들을 보라. 개척자들끼리
총질하다 죽는 것 아니면 원주민인 인디언한테 죽임을 당한다.) 그를 호송하는 댄은 반대편에 서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같은 종류의 인간 같다.

거짓말을 하는 멋진 방법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거짓말이 먹힐 때까지, 거짓같은 진실을 계속해서 진짜 진실의 사이에 양념처럼 섞어서슬쩍슬쩍 흘린 뒤,
그것이 거짓이라고 명백하게 믿는 사람들이 어느날, 그 거짓으로 생각했던 것이 진실이라고  깨닫는 순간이 되었을 때,
바로 그 때 부터 거짓말 사이에 진실을 슬쩍슬쩍 흩뿌리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지 못하게 되어, 대체로 진실로 믿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 이것 내가 깨달은 것이냐고? 설마. 에덴의 동쪽에서 케시 에임즈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 써먹던 수법이다.
그녀는 팜므파탈 같았지만, 사실 더없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기를 바란 그런
여자였다. 악했지만 그것을 원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마음의 괴물로 태어나, 도무지 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그런 여자로 나왔다. 마치, 벤 웨이드가 그러했던 것 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벤 웨이드가 마치 케시 에임즈처럼 느껴졌다.
사흘동안 성경만 읽어, 그 뒤로는 성경을 줄줄 외고 다니는 악당. 나는 뼛속까지 악당이거든, 이라는 말을 당연하게
내뱉아 자신을 나쁜놈으로 규정해버리지만, 사실은 그도 한참이나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댄과 이야기 하면서, 서로 살리기도하고 서로 죽이기도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끝까지 변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죽어버린 캐시 에임즈와 다른 점은 그것인 것 같다. 사실 그는 악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었으니까.


왜, 이렇게 영화를 보는 내내,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 책이 거의 모든 인간 군상과 관계를
표현하고 있어서 일수도 있고, 단순하게 본다면, 캘과 아론으로 대비되는 악과 선의 구도에 맞춰, 벤과 댄으로 이어져
결국 에덴의 동쪽에서처럼 악의 쪽(이라기 보다 좀 더 악하게 보이는 쪽)이 남기 때문일 수도.



영화가 마음에 지나치게 들다보니, 별의 잡소리가 다 새어나왔다.
오랜만의 서부 영화 좋았다. 그리고, 러셀 크로우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좋았고 다른 모든 캐릭터도 좋았다.
그것으로 사실 족하다. 그리고 이 영화도 2번은 더 봐야겠다.

나는 에덴의 동쪽이나 또 다시 읽어야겠다. 지금도, 영화를 떠올리면, 그 책이 자꾸 생각난다. 이런!



Charlie Prince

넘버2는 넘버3보다 위험하지만,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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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zhe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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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3:10 to yuma

    Tracked from in the purple ; 2008/04/29 12:39  삭제

    서부극에 대한 호감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그리고 미니시리즈까지 서부극이라면, 아버지께서는 꼭 보셨다. 영화가 계속되는 동안,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전혀 없이, 그러나 너무도 편안한 얼굴로. 말 달리고 총을 쏘면서, 서로의 땅을 뺏고 이동중인 금고를 탈취하고 인디언과 싸우는 장면에 대한 것보다는, 황량하고 건조하며 거칠고 메마른 신대륙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한 남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동경같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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